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기리고'가 2026년 4월 24일 8부작 전편 공개되었습니다. 총 러닝타임 355분, 18세 이상 관람불가 등급으로 CJ ENM STUDIOS가 제작한 이 작품을 저는 공개 첫날 밤에 틀었다가 새벽 두 시가 넘도록 멈추질 못했습니다.

장르: 호러와 오컬트가 만든 분위기
'기리고'는 호러, 학원, 오컬트, 스릴러, 고어, 미스터리, 퇴마, 다크 판타지라는 여덟 가지 장르 태그를 동시에 달고 있습니다. 처음 이 목록을 봤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장르를 이렇게 많이 얹으면 어설프게 뒤섞여 산만해지는 경우가 태반이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드라마의 핵심 축은 오컬트(occult)입니다. 오컬트란 초자연적 현상이나 신비주의적 세계관을 다루는 장르를 말하는데, '기리고'는 이를 학원물 특유의 밀폐된 공간감과 결합시킵니다. 학교라는 공간이 주는 위계 구조와 폐쇄성이 오컬트 서사와 맞물리면서, 단순한 귀신 이야기와는 결이 다른 긴장감을 만들어냅니다. 제가 직접 봤을 때도 "이게 호러인지, 심리 스릴러인지" 헷갈리는 장면들이 꽤 있었는데, 그 경계가 흐릿한 것 자체가 연출 의도로 느껴졌습니다.
퇴마(exorcism) 서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퇴마란 악령이나 부정한 존재를 몰아내는 의식이나 행위를 다루는 서사 문법인데, 이 드라마에서는 종교적 색채를 걷어내고 훨씬 세속적이고 체험적인 방식으로 풀어냅니다. 그 덕분에 특정 신앙을 가진 분들도, 그렇지 않은 분들도 거리낌 없이 볼 수 있는 구성입니다.
'기리고'의 장르 스펙트럼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호러·고어: 시각적 공포와 자극적인 장면을 기대하는 관객층
- 오컬트·퇴마: 초자연적 세계관과 의식(ritual) 중심 서사
- 미스터리·스릴러: 사건의 진상을 쫓는 플롯 구조
- 학원·다크 판타지: 공간적 배경과 세계관 확장
공개일과 제작: 넷플릭스 독점 공개의 의미
'기리고'는 2026년 4월 24일 넷플릭스를 통해 8부작 전편이 동시 공개되었습니다. 이 방식을 OTT 업계에서는 '전편 동시 공개(binge-release)' 전략이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해 매주 한 편씩 기다리는 방식이 아니라 시즌 전체를 한꺼번에 올려 시청자가 원하는 속도로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이 전략에 완전히 당했습니다. "두 편만 보고 자야지" 했던 계획이 보기 좋게 무너졌으니까요.
제작사는 CJ ENM STUDIOS이며 카이로스메이커스가 공동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촬영은 2025년 3월 10일부터 같은 해 8월 25일까지 약 5개월 반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연출은 박윤서 감독, 극본은 박중섭 작가가 맡았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의 제작비 구조에 대해 참고할 만한 맥락이 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OTT 플랫폼 독점 공급 드라마의 평균 회당 제작비는 지상파 대비 1.5배에서 2배 수준으로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이는 넷플릭스가 요구하는 글로벌 배급 기준에 맞는 시각적 완성도 때문인데, '기리고'의 고어 장면들을 보면 그 제작비가 어디에 쓰였는지 체감이 됩니다.
출연진은 전소영, 강미나, 백선호, 현우석, 이효제, 전소니, 노재원 등입니다. 제가 봤을 때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전소영의 감정 밀도였습니다. 공포에 잠식되어 가는 캐릭터의 내면을 억누르는 듯 표현하는 방식이 오히려 더 섬뜩하게 다가왔습니다.
관람등급: 18세 이상 관람불가, 어디까지 수위인가
영등위 18세이상 관람불가 등급은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가 부여하는 최고 수위 등급입니다. 영등위란 영화 및 비디오물, OTT 콘텐츠 등의 등급을 심의하는 국가 기관으로, 18세 이상 등급은 폭력성, 선정성, 공포 자극의 수위가 일반 시청자에게 부적합하다고 판단될 때 부여됩니다(출처: 영상물등급위원회).
'기리고'가 이 등급을 받은 이유는 고어(gore) 표현과 맞닿아 있습니다. 고어란 신체 훼손이나 혈흔 등 극도로 자극적인 폭력 묘사를 포함하는 장르 요소를 가리키는데, 이 드라마에서는 공포 서사를 강화하는 도구로 활용됩니다. 저도 몇 장면에서는 솔직히 눈을 돌렸습니다. 예상 밖의 수위라기보다는, 그 장면이 필요한 맥락임을 알면서도 반사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종류의 연출이었습니다.
총 러닝타임 355분을 8부작으로 나누면 회당 평균 약 44분입니다. 이 러닝타임 배분은 OTT 드라마의 표준 포맷인 40~50분대 회당 구성(episode format)을 따른 것으로, 몰아보기에 최적화된 구조입니다. 제 경험상 이 길이는 한 편을 끝냈을 때 "다음 편 눌러도 되겠다"는 죄책감 없는 선택을 유도하는 절묘한 지점입니다.
시청 전에 알아두면 좋을 정보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공포 자극에 민감한 분: 고어와 호러 장면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 미스터리 장르를 좋아하는 분: 사건의 진상을 쫓는 구조가 탄탄하게 짜여 있어 추천합니다.
- 혼자 밤에 보는 분: 제가 그랬는데, 후회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8부작 355분이라는 분량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면, 장르 특성상 전편을 다 봐야 서사의 완결성이 보입니다. 저는 중간에 끊었을 때 오히려 더 잠을 못 잔 경험이 있어서, 차라리 주말에 몰아보는 편을 권하고 싶습니다. 호러와 오컬트가 낯설더라도 미스터리 구조만 따라가도 충분히 몰입할 수 있는 작품이니, 첫 편은 일단 틀어보시길 권합니다.